한라산의 두 배 높이 4,095m의 키나발루산, 평온하게 펼쳐진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 산과 바다의 거대한 기운을 함께 간직하고, 열대 원시림과 현대 문명이 조화를 이룬 코타키나발루는 신(神)의 휴양지라 불린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고요와 평안을 안겨준다는 그곳을 <프라임에셋>의 50여 식구들이 찾았다. 여러 본부장들 사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프라임에셋>의 가족애를 다져준 코타키나발루의 추억을 정리해 봤다.

2012년 4월 5일 목요일
하늘은 맑고, 바람 부는 날

사장님을 포함한 10명의 스탭, 40명의 본부장이 보르네오섬 북부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로 출발~ 하려 했으나… 비행기에 두 분의 본부장이 탑승하지 않았다. 다시 게이트로 나가려고 액션을 취하는 중 다행히 비행기에 탑승하신 두 분 본부장. 그렇게 시작부터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며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창사 10주년을 기념하여 회사가 마련한 본부장들만의 해외 워크샵이다. <프라임에셋>의 비상을 주도해 온 선임 본부장들부터 원대한 꿈을 막 펼치기 시작한 신임 본부장들까지 같고도 다른 생각을 안고 떠나는 위크샵 겸 여행. 스탭인 나 역시 이 여행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설렘 반 걱정 반,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된 마음 때문인지 하늘 위에서의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고, 우리는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기서 첫 번째 난관 봉착!
현지 사정으로 몇일 전부터 검문이 철저해졌다는 것! 심하게 철저한 검색에 현지 가이드와 여행사 직원이 부탁과 항의를 적절히 해 보았지만 즐거운 밤을 위해 챙겨온 육포와 소주박스를 모두 공항에 버려둔 채 숙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는 ‘이제 시작인가…’하는 긴장의 채찍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2012년 4월 6일 금요일 맑음

어디선가 새 소리 알람이 울리나 싶었는데… 자연의 새 소리였다. 어찌나 열심히들 울어대는지 눈을 안 뜰래야 안 뜰 수가 없게 만드는 작은 청록색의 새들. 덕분에 아침 잠의 유혹에서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여행사 직원들과 오늘의 일정에 대해 미팅을 가진 후 ‘툰구압둘라 해양공원’으로 출발한 우리들. ‘툰구압둘라 해양공원’에 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한 뒤 보트에 인원들이 나뉘어 타고 거센 바람을 가르며 가야만 했던 것.

하지만! 도착 한 뒤 ‘진짜 말로만 듣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이거구나!’라는 감탄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물고기 밥도 주지 않는데 어쩜 이리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 있는 것인지… 너무 감탄하면 촌스러워 보일까, 살짝 감탄을 감추어 봤지만 코타키나발루의 바다가 주는 감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부장 체육대회 실시! 본부장들의 소속에 따라 홀수, 짝수로 청팀, 백팀을 나누었다. 친목 도모의 체육대회지만 게임에 들어가자 모두들 승부욕들이 불타 오른다.

첫번째 게임은 줄다리기. 조경환 본부장, 김은석 본부장이 있는 백팀에 정제준 실장까지… 누가 봐도 백팀이 우세하지 않을까 했으나 사장님이 속한 청팀의 완승.
두번째 게임은 족구 시합이었다. 여자 1명, 남자 5명으로 구성된 청, 백팀의 족구 경기가 시작되고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응원전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청팀 소속 이택일 이사와 김선일 본부장의 부상투혼에도 불구하고 족구는 백팀의 완승! 승부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게임은 닭싸움. 오늘의 MVP를 만들어 낸 인상적인 대결이 펼쳐졌다. 각 팀에서 4명이 나와서 끝까지 남는 팀이 승리하는 게임. 김정호, 김진오, 김은석, 임진혁 본부장이 각축을 벌인 끝에 가장 날씬한 임진혁 본부장이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2012년 4월 7일 토요일

이날부터 관광팀과 골프팀으로 나뉘어져서 일정이 진행되었다.
관광팀은 마리마리 민속마을 체험을 떠났고, 5부족의 전통가옥 및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지인으로 착각할 만큼 현지스타일 그대로였던 박종필 본부장. 함께 사진 촬영한 현지인들에게 음료수를 건네 주던 매너 넘치는 모습, 솔선수범 무대 위에서 전통놀이를 보여주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광 후 자유시간을 갖은 뒤 저녁 식사는 리조트 야외에서 만찬으로 진행 될 예정이었다. 모든 세팅이 완료되어 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저녁 시간을 조금 남겨 둔 5시 30분부터 갑자기 천둥이 치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우천 시 진행하려 했던 장소도 리조트에서 다른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에 빠진 우리들. 실내 세미나실에서 아쉬운 마음 안고 식사를 할 지,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기다릴지 고민한 끝에 결국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고, 7시 40분이 되어서야 야외 저녁 만찬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천막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거기는 어찌나 천막이 없던지…

그런데, 만찬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다시 빗방울이 굵어졌다. 산 넘어 산이었다. <프라임에셋>의 소중한 가족들이 빗물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사태를 만들고 만 것이다. 음악을 연주하던 현지의 밴드마저 비에 악기가 젖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연주를 하지 않는 난처한 순간, 또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밴드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원더걸스의 ‘Nobody’가 흘러나오며 금세 다시 흥겨워진 만찬 분위기.

정말 천국과 지옥을 왕복한 기분이 이런 기분 아닐까? “비 좀 오면 어때? 시원하고 더 좋지!”라고 하시며 “수고 많았어!”라는 말을 해줬던 박난영 본부장과 허연희 이사. 정말 감사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뒤늦게 모든 본부장들이 흥에 겨워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면서 “휴우~”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2012년 4월 8일 일요일

전날 마신 ‘여명808’의 힘이 컸던지 거뜬한 몸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체크아웃을 한 뒤 관광과 골프 스케줄이 진행되다 보니 관광 팀의 일정은 오전 내내 여유가 있었다. ‘스팀봇’이라는 수끼 음식도 맛이 좋았고, 재해 걱정 없다는 걸 보여주는 구 사바주청사 건물도 보았고, 물 위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과 일몰이 아름다웠던 제셜턴포인트까지… 갑작스런 스콜이 또 닥쳤지만 날씨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아름다운 경관들이었다.

이제는 정말 이곳 코타키나발루를 떠날 시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 검색이 유별나게 많았고, 검색 때문에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시간 또한 더디게 갔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간절함을 느끼며 긴 검색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 우리들. 그렇게 전원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나 ‘허당 이주현’의 에피소드 하나! 여권을 비행기 기내 앞 포켓에 넣어 두고 그대로 내리는 바람에 입국을 못하는 줄 알았다. 집에 돌아오기 싫어서 술수를 썼다는 후문을 남겼지만, 어쨌든 우리는 모두 잘 돌아왔다.

“체육대회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 너무 재미있었다.”라는 말엔 다음 여행의 컨셉을 구상했고, “신임본부장들이 겉도는 듯 했다.”라는 말에는 더 챙겨 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었고, “이번에 수고한 스탭들에게 포상휴가 줘라.”는 말엔 부끄럽기 그지없었고, 무섭게만 느껴지고 멀게만 느껴졌던 본부장들의 카리스마 뒤엔 인간미 가득한 부드러움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값진 여행이었다.